카페 버스정류장

외벽청소

해떴다 2011. 11. 16. 21:10

건물의 외벽을 닦았다.

깨금발로 손이 닿는 곳까지는 손으로 닦아내고, 그보다 높은 곳부터 맨 위까지는 의자에 올라가서 막대걸레로 밀었다. 아래층 벽을 다 해 가는데 나라가 전화를 했다.

"엄마, 어딨어?"

 

대궐같은(^^) 집이라 서로를 찾아서 고함을 치며 돌아다니다 어딘가에서 들리는 대답소리를 찾아나서기도 하는데 집안에 아예 안보이니 전화를 한 것이다.

"나, 바깥 벽 청소해."

"응? 말하지, 같이하게... 내가 나가서 도와줄게."

"아니, 넌 지금 환자잖아, 나오지마."

"참나, 환자라니..."

키득대는 소리가 끝나며 모습을 드러내는 나라.

"쉬어!"

"아이구, 참나...."

나라는 어제 욕실의 수도꼭지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혀 주먹만한(정말이다) 혹이 생겼다. 수퍼에 가면서 머리 손질하기 싫다고 모자를 쓰는데 모자가  겨우 들어갔다고 했다. 모자가 눌리는 곳이 아프다면서도 눌러쓰긴 했지만. 하루종일 "애고, 머리야, 애고, 아파라..." 이러고 다니는 것이었다.

게다가 토할 것 같다해서 병원에 가봐야 하는것 아닌가고 했더니 체한 것이라 했다. 이래저래 상태가 안좋은 것 같아 나 혼자 외벽을 청소하던 참이었다.

아래벽을 다 닦고 이층 난간으로 올라가서 후들대는 다리를 달래며 위층의 벽도 닦았다.

"얘, 넌 위험하니 들어가라. 머리도 아프다며 중심 못잡을라." 했더니,

"엄만 안 위험한가 뭐, 같이 하자." 하며 기어이 따라 올라온다.

나는 재빠르게 닦고(실은 무서워서...) 나라는 느리지만 꼼꼼하게 닦는다.

어둠속에서 가로등 불빛에 보아도 먼지가 제거된 벽이 반짝이는 게 보였다.

 

청소를 마치고 우리는 융드립으로 뽑은 에스프레소를 한 잔 씩 했다.

나라는 좀체 답이 안보이는, 곰팡이 낀 처마때문에 걱정이 태산이고 나는 곰팡이 낀 처마가 예쁘다고 (속으로만) 생각한다. 그 생각을 입밖에 내면 나라가 무슨 말을 할 지 알기에.

"엄마 생각은 일반적이 아닙니다아~. 혼자 생각이에요오~."

게다가 그럴때는 말투가 얼음처럼 싸늘하다.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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