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버스정류장

이 집이 좋아요.

해떴다 2011. 11. 14. 20:09

지난번 늦가을 비에 천정에 얼룩이 졌다. 주인댁에 전화를 했더니 상태를 보러오셨다. 흔쾌히, 지붕을 씌워주겠노라 하셨다. 주인 아주머니는, 어머니라 부르기엔 너무 젊고 고우시지만  나는 어머니, 라고 부른다. 아저씨는 깐깐하고 위엄이 있어서 대하기 힘들지만 곧고 정확한 분이고 아주머니는 인정이 많고 말도 시원시원하게 하셔서 편하다.

 

그리하여 오늘, 지붕공사를 했다. 철골로 기둥을 세우고 지붕과 옥상위를 철판으로 덮었다. 옥상의 빈 공간도 가림막을 쳤으니 야외공간으로 활용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이층 창문이 허술하다며 창문공사도 해주겠다고 하셨다. 오래된 창이라  유리창이 창틀과 따로 놀아서,  방풍보온필름이라는 비닐로 둘러치는 중이었는데 그걸 보곤 신경이 쓰인 모양이었다.  돈이 많이 드는 큰 공사고, 나는 부탁을 한 적도 없는데 말이다.  

너무 고마워서 집에 가실 때 졸졸 따라갔더니 "어디가? 나 따라오는기라?" 하며 웃으신다.

"마당에 배추도 뽑아먹고 무 이파리는 베어서 매달아놓고 겨울에 먹어. 그거 맛있어." 하며 덧붙이는 말씀,

"비어있던 집에 불이 들어오니 좋아, 이웃사람들도 너무 좋대, 차를 파는지....뭘 할라는 지..... 여튼, 잘해봐." 

"네.... (그러나 소리는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잘 안 돼도 뭐..... 우리가 사니까요. 사는 집으로도 좋아요. 아이는 작업실이 생겨서 좋고, 저는 이 집이 좋고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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