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버스정류장

팥을 구하다.

해떴다 2011. 11. 15. 23:01

 

 

아침에 함창엄니가(우리집 주인) 박을 말려 만든 바가지와 귀여운 화분들을 다라 가득 갖고 와서 “이런 거 좋아하잖아, 써!” 하셨다. 마침 우유를 사 온 참이라 카라멜 라떼를 만들어드렸더니 너무 맛있다며 거듭 고개를 끄떡거리셨다.

일어서는 엄니를 쫄래쫄래 따라붙어 이웃집에 갔다. 이웃집 아주머니는 마당에 멍석을 깔아놓고 노란 콩을 가득히 널고 계셨다. 바구니마다 다른 잡곡들도 조금씩 있기에 혹시 팥은 없냐고 물었더니, ‘많지는 않지만 몇 되 농가먹지(나눠먹지) 뭐’ 하셨다. 그래서 단팥죽 만들 팥을 구했다. 처마 밑에 마늘이 여러 접 달려있기에 김장용 마늘도 샀다.(세 접을 샀는데 알이 잘다며 네 접을 주셨다.)

“완전 토종이라. 마늘은 이만 원씩 받았는데 팥은 시세를 몰라, 나중에 알아보고 말해줄게. 근데 개업 은 안 해? 딜다(들여다) 봐야지.” 하신다.

“11월 안에는 할라고요, 근데, 저희 집 뭐가 다 비싸서 못 드세요. 이웃 분들은 그냥 대접 할 테니 놀러 오시면 돼요.”

그렇게 말하면서 머릿속으로는 ‘아, 이렇게 말하면 오해하시겠다...’ 하고 걱정이 됐다. 나는 괜히 마음 쓰지 말라는 뜻으로 그랬던 건데 ‘어른들은 아까워서 돈 못쓴다’ 고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은, 우리 카페에서 어른들이 모임도 하고 그러면 좋겠다....(돈 안 받아도 너무 재밌을 것 같다.)

 

단팥죽 재료를 구해서 기쁘다. 유기농 설탕도 있고......

엄마가 우리 산에서 나온 밤도 깎아서 보내주신다 했다. 이웃에 농사짓는 분들이 많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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