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인 50사단에서 소포가 왔다. 한이가 입었던 옷과, 아빠, 엄마, 누나에게 각각 보내는 편지가 들어있었다. 깨알같은 글씨가 꼼꼼해보여서 다행이고, 소심한가 싶어 마음이 쓰인다. 내용은, 씩씩하고 명랑했다.
나라는, 편지를 보여주는 건 편지를 쓴 사람에게 실례라면서 보여주지 않았다. 한 가지만 말 해 준다면서, "꿈에서 담배를 찾아 헤맸대!" 하였다.
한이는 왼손잡이인데 어릴 때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게 해서 친구들보다 필기속도가 느려 스트레스를 받았다. 별다른 생각없이 그렇게 했던 것이 참 미안하다. 강요했던 건 아니지만 필기는 오른손으로 하는 건 줄 알고 스스로 그렇게 한 모양이다. 기운이 없는 손가락과 팔목을 돌리느라 낑낑대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특히, 느린 속도를 감추느라 다른 손으로 가리개를 만들었던 모습도. '두 손 다 쓰니 좋죠, 뭐" 라며, 자책하는 나를 위로(?)해 주지만 어린 마음에 자신의 필기속도나 삐둘 삐뚤한 글씨로 상처 좀 받았을 거다.
우린 아이의 '마음의 안녕'만 신경썼던(과연 신경이나 썼나?) 편인데, 그런 걸로 마음이 안녕하지 못할 수 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
소포를 받으면 엄마들이 운다는데....
음, 너무 바빠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질 짬이 없었다....????
수도 공사를 해서 뒷 청소를 하느라 바빴고, 간판과 대문을 칠하느라 페인트가 묻은 손으로 허겁지겁 소포를 뜯었기때문에..... ????
한이가 잘 지낼 걸 알고 있기때문이다. 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