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버스정류장

또 하루를...

해떴다 2011. 10. 11. 22:31

오래된 물건을 좋아하는 낌새를 눈치 챈 주인 아주머니가 잘 손질해서 갖고 계시던 문짝을 하나 선물하셨다. 작은 바구니 두 개랑 예전에 아버님이 살아계실 때 직접 생산했다는(집주인 집안은 과거에 철공소를 운영하였다) 쇠절구도 같이 건네주시며, 이웃집에 좋은 쌀뒤주도 있더라고 같이 가 줄테니 흥정해보라 하셨다. 갑작스런 제안이라 허둥지둥 지갑을 열어보니 돈 삼만원이 있기에 들고 나섰다. 육십대로 보이는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나락을 저장해 둘 공간이 모자란다며 창고를 비우는 중이었다. 마당에 쌓여있는 물건들 중에 먼지에 뒤덮인  뒤주가 놓여 있었다. 장석은 떨어지고 없고 뚜껑도 상했지만 귀한 물건인데다 초면이라 가격을 묻기도 조심스러웠다.

"아, 알아서 줘요. 그걸 얼마 받겠나... "

"저도 이런 걸 사 본 적은 없어서.... 저, 지금 삼만원 밖에 없는데 혹시 더 비싼거면 나중에 더 쳐드릴게요."

흔쾌히 그러라고 해서 한이와 나라를 불러다가 인사도 시키고.... 들고 왔다.

 

주인아주머니가, '귀한 거 얻었으니 맥주 몇 병 사 드리자'고 하여 맥주를 사다드리고 오는 길에 목공소 할아버지를 만났다.

이층 출입구 쪽 나뭇바닥이 썩어서 잘라내고 다시 깔고 은행나무 도마도 하나 사고 할아버지 작업실 구석에 있던 재미난 작품도 하나 사고....  

이웃 아주머니께 들은 얘기도 있고 하여 술을 대접하려고 했더니 술은 못 한다고 하시기에 매실 효소를 생수병에 넣어서 드렸다. 그러므로 항상 술집에 계신다는 건 잘못된 정보였다.

나이는 여든 두 살, 조금 더 젊었을 때 문경의 박정희대통령 기념관인 청운각에 제례용 물건을 제작하고 공로상도 받고 인근에서 배우러 오는 사람도 있고 그랬다는데 이제는 기운이 없고 눈도 나빠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하셨다. 대구에서 영남중학교를 나왔고 전쟁터에서 파편을 맞아 다리를 절단할 뻔 했으나 수술을 해서 인공뼈를 심었다고 했다. 딸은 교편을 잡고 있고 사위는 교장이고 아들은 농땡이라서 손자를 당신이 길렀으며 지금은 인하대학교 기계공학과에 다닌다고 했다.   

    

가정집을 영업집으로 바꾸는데 필요하다는 설계도도 (미래건축설계사무소) 제출한 상태이고, 아래층 뒹굴방에 소파도 들여놓았고, 이층엔 탁자와 의자도 대충 갖추었다. 밤새도록 이리도 놓아보고 저리도 놓아보느라 녹초가 다 되어 잠자리에 들곤 했더니 드디어 입가가 헐었다. 

 

하지만,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빠텐 형태갖추기, 커피 기계, 집기류, 페인트 칠하기(이게 제일 먼저여야 했지만 안하려다가 하는거라서-), 서류 다 갖추어서 사업자 등록증 내기, 실내 조명등, 바깥 등, 가장 중요한..... 메뉴판 구상하기....  

돈으로 다 해결하면 간단한 문제이지만 그럴 능력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뭔가 어색한 구색일지라도 꼬질꼬질.... 맞춰가면서 하다보면 내게 어울리는 장소가 되어있으리라 믿는다.

 

언제쯤 이사떡을 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문경여중과 해보라 학교의 축제 공연이 끝나야 되겠지....

사실, 해보라는 아이들이 들쑥 날쑥 해서 대본이 세 번이나 바뀌었다. 새 대본으로 세 번 연습하고 공연을 올려야 하는 입장이다. 아이들을 믿지만 시간적으로 절대부족인 상황은 극복 할 수 있으려는지.....

이런 저런 생각속에서 또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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