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버스정류장

이사

해떴다 2011. 10. 8. 03:12

2011년 10월 7일.

 

이사를 했다.

두수가 덕배 트럭을 빌려와서 옮겨 주었다.

대영이도 시간을 내어 함께 했고, 마침 한이도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그동안 부엌살림이며 나라의 만화책은 자가용으로 수차례 실어 날랐고, 다루기 힘든 물건도 옮겨놓은 상태였지만 1톤 트럭 한 번으로 옮기기엔 무리가 있었다. 책장과 냉장고와 세탁기를 먼저 옮겨놓고 백련지에서 점심을 먹은 다음 나머지 짐을 옮겼다.

 

성저의 마리아님 덕에 인연을 맺은 새터의 집에는 2009년 12월부터 살기 시작했다. 모래실과 아채에서 각각 3년 3개월 남짓씩 살았는데, 여기서는 2년도 못 채운 셈이지만, 이웃과의 교류도 없이 나에게 집중했던, 편안하고 고요했던 시간이었다. 이제 겨우 꼴이 나는 삼십여 포기의 배추와 다섯 달 동안 하루에 한끼니를 챙겨주었던(현실이가 준 사료 세 푸대와 닭고기로만 키워서 나는 밥 몇 번 비벼준 것밖엔 없지만) 들고양이들을 뒤로 하고 집을 벗어나는데 조금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게다가, 나라랑 둘이 사는 재미에 빠져 일 년이 넘도록 귀농 벗들과도 소원하게 지낸 터라 이사 간다는 소식도 전하지 못했다. 모두에게 미안하다.

 

퇴근길에 들린 승희씨는 짐을 부려놓고 떠나려던 두수, 대영이와 이층을 둘러보러 올라갔다. 곧이어 ‘와장창’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냥 문을 열었는데 창문이 문틀을 벗어나 떨어져버리더라고 했다. 정말이지 도움이 안된다....고 농반 진반 투덜거렸지만, 승희씨가 가고 나서는 아이들에게 ‘어쩜 아빠가 유리창을 깬 게 다행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창틀이 그렇게 허술한 걸 보면 손님들이 문을 손대다가 그런 상황이 생길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걸 알았으니 어떻게든 조치를 해 두어야 겠다.

 

나라는 자기 방에서 만화책을 정리하고 한이는 2층의 마룻바닥을 닦아내고 니스 칠을 했다. 그동안 나는 마당이며 현관에 놓인 짐들의 먼지를 닦아내고 집안으로 들여놓고.....

 

저녁시간을 훌쩍 넘긴 아홉시쯤에야 우린 식당에 가서 오므라이스와 떡볶이와 김밥으로 배를 채웠다.  나라는 불빛이 반짝이는 간판들을 둘러보며 '가은은 참 조용했는데... 이 시간이 되면 우리 동네는 아주 깜깜했었어.... 웃기다. 이 만큼만 해도 번화하다는 생각이 들다니...' 하였다.

 

더러워진 옷을 벗고 한 명씩 차례대로 샤워를 하고.... 따뜻한 방바닥에 배를 깔고..... 자매의 카페운영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  ‘카페 타이뻬이’를 보고...... 아이들은 잠들었다. 간간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두런거림과 차 소리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다 들렸다. 잠에 끌려가며 중얼대는 나라의 한마디. '여긴 역시 좀 시끄럽네.....' 

 

 

함창에서 맞는 첫날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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