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버스정류장

낯선 이 아침도...

해떴다 2011. 10. 8. 12:09

 

간밤, 아이들이 잠들고 난 후에도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혼자 청소를 하고 간식을 먹고 책을 읽고.... 새벽 동이 터 올 무렵에 겨우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벌써 정오가 가까운데 아이들은 아직도 한밤중이다. 힘을 많이 써서 피곤할 것이다. 아침마다 듣던 새소리 대신 트럭이 내달리는 소리가 요란했다.

 

부산에서 팔년 가까이 자취를 한 나라는 작년 7월에 내 곁으로 왔다. 여기서 한 번의 겨울을 보냈는데 그렇게 추운 건 난생 처음이었다며 다가오는 겨울을 걱정하였다. 그리고, 콘티구상만큼은 카페나 패스트푸드점에서 하는 습관이 있는데 이 깡촌에서는 어디 갈 만한 데가 없다고 투덜대기도 했다. 자기도 그렇지만 지역 청소년들이 참 안됐다는 말도 여러 번 했고, 한이가 군대 갔다 돌아오면 이왕 두 살림 사는 것이니.... 자기는 서울에서 한이랑 자취를 할까.... 생각한다고도 했다. 시골은 이십대가 살만한 곳은 절대로 못된다며-.

 

그런데 최근엔 나랑 외출에서 돌아올 때마다 ‘시골도 좋은 것 같다’는 말을 했다.

“풍경이 항상 변하는 게 좋은 것 같아. 볼 때마다 변해. 하늘도 산도 과수원 풍경도....” 푸른 빛에서 어느새 붉은 빛으로 가고 있는 사과를 보며 참 신기하다고 했다. 어제 이삿짐을 차에 다 올려놓고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이 집, 아깝다.... 참 좋았었는데....’라고.

불편해 했던 집과 마을에 마음을 여는 참인데 떠나게 되어 아쉽다.  

 

집은 현실에게 빌려주기로 했는데, 현실은 봄에나 들어온다고 하니 가끔 여기 와서 시간 보내자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말일 뿐일 것임을 안다.

머지않아 낯선 이 아침도 익숙해 지겠지.  

새소리 대신에 창을 흔들어 댈 만큼 요란하게 내달리는 차소리에도.....

  

배가 고프다.

밥을 해야겠다.

 

 

 

두고 온 집의 뒷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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