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버스정류장

목공소 아저씨/2011.10.02 23:28

해떴다 2011. 10. 5. 11:50

집 주인이 버리고 간 찬장을 나라가 만화책 꽂이로 쓰기로 했다.

역시 오 년 동안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던 물건.

나라는 그걸 걸레로 닦아내고 검정색 페인트를 칠하기로 했다.

백련지 식당에서 서너걸음 가면 페인트 가게다.

우린, '정말 대문만 나서면 서너발짝 앞에 없는 게 없다'며 웃었다.

페인트와, 신나와, 바른 후에 번쩍거리지 않는 가정용 니스와 붓, 사포를 샀다.

나라가 페인트 칠을 하는 동안  나는, 이층의 나무바닥에 묻은 흰 페인트 자국을 지웠다. 예전에 천정과 벽을 손수 칠하다 생긴 페인트 얼룩 같은데 바닥 전체에 점점이 흩뿌려져 지우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오년이나 말라붙어 있어서 잘 안 벗겨졌다. 신나를 묻힌 철 수세미로 박박 문질러 지우고 사포질만 해 두었다. 니스  바르는 일은  남겨두고.

 

이층 문 입구에 나무가 썩어 훼손된 부분이 있어 옆집 목공소를 찾아갔다.

사실 그동안, 문에다가 작은 명함을 붙여놓고 늘 비어있는 이 작은 목공소의 주인이 누구인지 너무 궁금했다. 사진 속의 모습은 예순은 넘어보였고 목공소 유리문에는 '도마 만들어드립니다'라는 비뚤비뚤한 손글씨가 붙어있어 간단한 일만 하는구나.... 추측을 해보기도 했다. 그래도 번듯한 목공도구가 놓여있는 작업실로 봐서 창틀 정도는 만들지 않을까.....

카페를 열면 목공 일이 필요 할 테고 손으로 직접 만든 도마는 카페에 진열해서 팔아도 줄 수 있으리란 생각도 했다. 키가 큰 사람은 들어설 수도 없을 만큼 낮아보이는 천장과, 얼기설기 엮어놓았을 뿐 모양새를 갖추지 못한 출입문 등이 보지 못한 주인에 대한 정감을 불러일으켜서다.

목공소 유리창에 눈을 대고 들여다 보고 있으니 누군가가 다가왔다. 키가 훌쩍한 아주머니였다.

"누구 찾아여?"

"아, 이 아저씨 항상 안계시네요."

"또 술 먹고 있겠지. 뭐할라고?"

" 저, 옆집에 이사왔는데요, 마룻장 수리 좀 부탁하려고요."

"아이구, 그 양반 그런거는 못할 걸. 안 할려고 할거야."

"네........ "

그럼 도마만 만드는 목공소란 말인가....아님, 술먹어야 해서 일을 안 할 거란 얘긴가....

 

조금 후에 아저씨가 집으로 찾아오셨다. 그 아주머니가 알려준 모양이었다.

작은 키에 웬지 자신감이 없어보이는 모습.

"아, 마룻장이 부러져서요, 이층에 가 보시겠어요?"

"아, 내가 나중에 누구 데리고 같이 오지 머."

 

그러나 아저씨는 오시지 않았다.

아저씨가 할 수 있는 일이 '도마 만들기' 뿐인걸까....

소줏값을 벌어야 해서 도마나마 만드는 것일까....

도마를 사러 목공소에 오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나는 귀농초기에 시장에서 삼 천원 주고 산 나무 도마를 아직도 쓰고 있는데....

 

일단, 아저씨에게 이 카페에서 쓸 나무 도마를 하나 맞추어야 겠다.

실력도 확인 할 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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