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버스정류장

버스정류장 곁에 살기

해떴다 2011. 10. 13. 22:18

 

이층 벽의 틈들을 실리콘으로 막고 아래층 문 두 짝을 페인트로 칠하고 나니 12시 반이었다. 허둥지둥 머리를 감고 기름장에 밥을 비벼 먹은 다음 집을 나섰다.

오늘은 '목요일 두 시' 마다 하는 해보라학교의 수업 날이었다. 함창에서는 처음으로 출근해 보는 것이다.

1시 10분 버스를 탔다. 차에 오르니 버스 안이 시장가는 어른들로 빽빽하다. 농암장날인가 보다. 어디 비집고 설 데도 없어보여서 의자 등받이에 배를 기대고 앞에 섰다. 위치상 보는 눈이 많을 터라 고개를 돌려 쳐다보기도 민망하지만 호기심을 누르지 못해 슬그머니 핸드폰을 들고 영상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셔터를 눌렀다. (초상권 침해일까.... 걱정 하면서.) 찍은 사진을 확인해 보니 제법 각도가 적당하다. 아주머니들, 할머니들 모두 교복처럼 꽃빛 잠바를 입은데다 의자까지 붉어 차 천장도 붉게 물들었다. 나이가 들면 고운 색을 좋아하게 된다고-. ‘사과 값이 좋으냐, 배추농사는 잘 되었느냐.... ’높은 소리로 활기차게 떠드는 할머니들 틈에 ‘오래 사는 기 욕이라, 좋을 거 하나도 없어.... ’ 슬픈 말을 하시는 할아버지들이 몇 분.

 

 

 

40분에 도착하여 교무실에 가서 차를 한 잔 마시고 출석부를 챙겨들고 아이들을 만나 우루루 이끌고..... 수업을 하러 강당으로 갔다.

3시 40분에 수업을 마치므로 3시 50분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다음 차는 5시 10분에 있으니 멋진 타이밍이다. 내려서 서너 발짝 떼면 집. 편하다. 버스정류장을 끼고 사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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