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버스정류장

간판을 구하다./2011.10.02 22:37

해떴다 2011. 10. 5. 11:50

 

기쁜 일이 있었다.

 

진주에 가는 기차 안에서 '카페 이름을 버스정류장으로 하겠다'고 했을 때 나라가,

"엄마, 그럼 카페 간판도 버스정류장처럼 동그란 입간판으로 하지?" 하며 연습장에 슥슥 그려보였다.

멋진 생각이라 박수를 쳤었고, 돌아와서는 고물상도 돌아보고 물어보기도 했지만 구하기가 쉽진 않을 듯 하여 막막한 참이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 찾아보려고 신흥 고물상에 들렀더니 똑같진 않지만 비슷하게 생긴 스텐 입간판이 있었다. 세울 때 고정을 시키려면 따로 다리를 용접하고 시멘트를 발라 마감을 해야하는 것이어서 아쉬웠지만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에 가격을 물어보았다. 

"키로에 이천 오백원이요."

저울에 달아보더니 육만원이라고 했고, 실어다 주진 않는다고 했다.

누구에게 부탁을 하나.... 고민하며 집(함창)으로 차를 돌렸다.(오늘도 청소를 하러 가던 참이었다.)

어제 부엌 가스관을 영업용으로 교체 공사를 하던 삼일 가스 아저씨가 '공사가 덜 되었다'며 나머지 일을 하고 있었다. 두 분이었다.

'아저씨, 부탁이 있는데..."

"아, 네, 해드리지요."

아저씨는 내용도 듣기 전에 허락 부터 했다.

"고물상에서 맘에 드는 물건을 봤는데요, 그걸 갖다주진 못한다고 직접 실어가라해서....."

말을 마치기도 전에 아저씨는 운전석에 올라 남은 아저씨에게 소리쳤다.

"야, 그럼 내가 배달갔다올게!" 시동을 걸더니,

"타이소, 안그래도 배달 한 군데 가야 됨돠." 했다.

 

고물상에 가서는 내가 고른 물건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머할라고요?" 물었다.

"버스정류장 간판을 입간판으로 쓰고 싶은데 이게 좀 비슷하게 쓸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저기 무신 육만원이고. 너무한다. 주워왔으만 차비에서 쪼매 더 붙이먼 되겠고만."

아저씨는 다시 운전석에 훌쩍 오르더니,

"타소!" 했다.

카페 앞에 세우려면 용접도 해야해서 왠지 마음이 편치는 않던 참이고, 일이 바쁜 모양이라 생각되어 잽싸게 옆에 올라탔다.   

 

그리하여 간 곳은,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간판업체' 같은 곳이었다.

차를 세우는데 보니, 내가 찾던 입간판들이 대여섯개는 있었다. 삼각형은 완전한 모양 그대로였고, 동그란 것은 분해해서 기둥과 따로 놓여 있었다.  

"여 꼭대기에다 요 동그란 거 두개 붙여 노소. 다 하면 전화하던가 나한테 갔다주소."

아저씨는 다시 운전석에 훌쩍 올라서 시동을 걸었다.

나는 감동에 겨워 '어머, 어머, 진짜를 찾았네요. 너무 기쁘다아~" 하고 호들갑을 떠는데,

"머, 내가 하는 걸로 하고.... 돈은 받을랑가 안받을랑가.....  저거 다 그냥 주워 온긴데 뭐. 쪼매 주만 되지 뭐."

아저씨는 내 호들갑 따윈 안중에도 없는 듯 자기 말만 했다.

'함창이라는데가 좁아서..... 아아들은 여서 장사하기가..... 먼저 장사하는 어른들 눈치뵈서 다 도시로 나가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여기저기 다 걸리고 해서 술집이나 식당이나 어른들하고 소리도 잘 안들리게 분리해 주는기 좋을 깁니다. 빤한 동네가 되놔서.... 서로 조심하고..... 뭐, 장사하기가 안 쉬울깁니다." 

 

안쉬울끼지만, 일단, 무지~ 기쁘다.

간판을 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