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엽기 /2007.03.13

해떴다 2011. 10. 5. 11:04

첫 연극수업이었다. 

먼저 온 해솔이와 대본을 미리 살펴보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선미였다. 
“선생님, 여기 학원인데요, 금요일에 수업 못한 거 보충한다고 오래서요. 그리고 애들이 연극 안한대요.” 
며칠 전, “샘, 진짜예요? 와~ 그럼 우리 갈게요.”하던 그 선미가 전혀 딴 소리를 하는 것이다. 쨘~ 하고 나타날 아이들을 생각하며 마음이 설레던 터라 황당한 마음에 무조건 왔다가 가라고 했으나 시험 준비가 어쩌고 하며 학원이어서 못 간다고 했다. 화, 수, 목에 학원 간다고 월요일이 좋다더니 그 사이에 학원보충수업이 들어선 것이다. 
어쩌면 오기 싫어서 변명하는 것 일거란 생각이 들어서 마음을 접기로 했다. 
‘그래, 원함이 없는 일을 하는 건 억지야, 아이들이 원하지 않는 거야’ 
그리고 더 먼저 하겠다고 했으나 친구 편으로 뜻을 전해 와서 부르지 않은 현숙이와 친구들에게 연락을 하리라 마음먹었다. 
어쨌든 나는 괜찮지만 먼저 온 해솔이에게 어찌나 미안했는지 허둥지둥 변명을 했다. 
하지만 해솔인 ‘뭐, 그럴수도 있죠’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여주었다. 어쩌면 속은 쓰렸으나 난처할지도 모를 나의 입장을 배려해 준 것인지도 모른다. 
해솔이와 둘이 모래실 가게로 옮겨 대본을 읽어보고 있는데 덕인씨와 아이들이 왔다. 
얘기를 조금 나누고 덕인씨네를 곁에 두고 우린 계속 대본을 읽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해솔이가 너무 멋있어서 안아주고 싶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 상황에서 풀죽어 버리거나 화가 나서 입을 다물어 버릴 것이다. 

꿈, 정말 엽기적인 꿈을 꾸다가 잠에서 깬 참이다.(지금 새벽 네 시임) 
조용히 공부하는 아이들,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목이 터져라 설명을 하는 선생님사이에 철없이 달려 들어가, ‘얘들아, 노올자~’하고 외쳐대는 나-. 
어쩌면, 내가 가장 엽기적인 사람인지도 모른다, 는 생각을 꿈속에서도 했다. 
그리곤 이불속에 누워서 눈을 깜박이며 배시시 웃기까지 했다. 
‘내 수업이어서 정말 다행이야’ 
정말 그렇다. 다른 분들 수업에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그리고 기분이 다시 좋아진다. 
그래, 억지로 끼워 맞추지 말자. 
어쩌면, 이제 컸으니 공부해야죠, 라고 결심한 아이들이 대견스럽기도 하다. 
솔직히는, 가장 감성지수가 높을 사춘기에 공부만 하는 아이들이 진짜 안타깝다. 
오히려 대학에 가서 전공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긴, 대학에 가야하니 공부를 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중학생들이, 월요일 하루, 딱 두 시간도 어렵다니-. 
내 경험으론 우리 연극반 아이들이 공부도 더 신나게 했단 말이다=3. 
히죽~, 밝게 생각하자, 다 신의 뜻이겠지. 
이제, 아이들이 제 발로 찾아오면, 흠, 그렇다면 해 주지,라고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