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우리교육 1년간 정기연재를 마감하며 쓴 글/2009.09.21

해떴다 2011. 10. 5. 11:30

오른쪽 눈에 다래끼가 났다. 그것도 눈 둘레를 에워싸고 네 개씩이나. 게다가 차례차례 곪아가느라 보기에도 흉하고 눈을 깜박일 때마다 쓰리기까지 하다. 양쪽 귀 밑엔 가래톳까지 생겼다. 잇몸도 아프고 목도 부었다.

나는 지금 벌을 받고 있는 것이다.

나의 교만함으로, 나의 경솔함으로, 나의 이기심으로, 선생이라는 지위를 배경 삼아 나도 모르게 아이들의 마음을 다치게 한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이 눈병은 누구보다 나를 가장 잘 아는 내가 『우리교육』 원고를 쓰는 동안 나의 잘못을 감추고 자랑을 펼쳐 놓은 데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경고장 같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원고를 쓰다 말고 마당에 나가 찌그러진 눈으로 밤하늘의 총총한 별들을 아프게 바라본다. 아이들의 천진한 눈처럼 오로지 반짝이고만 있는 별들을.

아니, 교실이라는 네모난 통 속에서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채 만난 아이들, 조그만 관심에도 자신을 몽땅 맡겨 버리던 여린 짐승 같은 아이들, 슬며시 두려워져 외면해 버린 줄도 모르고 온갖 이야기를 다 들려주던 아이들, 늘 빗나간 모습만 보이다가도 조금만 다가가면 눈물 뚝뚝 떨구던 아이들, 어려운 살림살이에 한숨짓는 아이들, '왜 조금 더 나를 사랑해 주지 않았냐'고 묻는 듯도 하고, '괜찮아요. 선생님!' 하고 웃는 듯도 한 아이들을.

처음 원고청탁을 받은 날은 무척 충격을 받았고 거의 흥분 상태였다. 그래서 신이 나서 썼고 솔직히 백 장도 끄떡없이 쓸 것 같았다. 3월호가 나오던 날은 '<우리교육>을 통해 작가로 데뷔(!) 했다!'는 둥의 농담을 하며 아직 받지도 않은 원고료로 술도 샀다. 글이 나가고 나니 가까이 책을 보는 동료들이 격려를 해주었다. 4월, 5월… 나는 점점 주눅이 들어갔다. 학급운영 강좌에서 강사도 하고 그랬는데 내가 한 일들을 잘했다고 스스로 소리 높여 외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3월호는 세 번도 더 읽었는데 10월호 때부터는 책이 와도 바로 책꽂이에 꽂아 버렸다. 그리고 다른 글을 다 읽고 나서 내 글을 대충 읽었다. 이제 마지막 원고를 썼고 마음은 더욱 불편하다. 글을 쓰는 일은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임을 깨달으며 나를 다시 겸손하게 해주신 『우리교육』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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