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노인대학 개강/2005.03.10

해떴다 2011. 10. 5. 10:59

오늘은 노인대학교 개학식이었다. 아침에 떡을 쪄 와서 그릇에 담고 있는데 어르신들이 수다를 떨며 우르르 들어오셨다. 
모두들 곱게도 단장을 하고 오셔서 훨씬 젊어진 것 같다고 하자 소녀들처럼 수줍어하며 좋아하셨다. 
권순이 어르신은 “선생님, 이거-, 답장을 못해서 방학 때 제가 썼어요”하면서 주머니에 슬쩍 편지를 넣어주었다.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박계해 교수님 
안녕 하세요 
빠른 광음이 백구지행 이라드니 정말 그릇군요 그리고 
교수님 계학을 할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례입니다. 
교수님 네네 행복하세요 
교수님 가정애 행복이 귓더시기를 귀원함미다 
네네 행복하세요‘ 
(나중에 보니 학장님도 똑같은 편지를 받으셨다. 교수님이 학장님으로 바뀐 것만 다르고-) 
삐뚤삐뚤한 글씨를 정성스럽게 써서 봉투에 넣어 오신 그 정성에 눈물이 핑 돌았다. 
교실에서 분반 수업을 하고 나오면서 보니까 오랜만에 개강이라고 꽃단장을 하신 어르신들이지만 무릎을 절거나 수척해진 분이 많았다. 감기를 한달이나 앓았다는 분도 계시고..... 오늘 결석한 박동희 어르신은 감기가 폐렴이 되어서 요양중이시라고 했다. 수업을 마치고 병문안을 가려고 전화를 드렸더니 가느다란 목소리로 감기 옮으니 오지 말라고 했다. 다음주에는 꼭 나오겠다시며..... 
너무나 사랑스러운 나의 학생님들.... 

*오늘 초등학교 어머니회에서 새 임원을 뽑았다는데 간부 네 분이 모두 반딧불이 천지빛깔 여인들이다. 웬일이야.... 

 

'수업'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도자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2006.03.21  (0) 2011.10.05
몸으로 사는 날들 /2005.03.18  (0) 2011.10.05
길을 내는 중/2005.03.06  (0) 2011.10.05
눈이 왔다/2005.03.03  (0) 2011.10.05
도배 /2005.01.22  (0) 2011.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