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야생화 씨앗을 뿌렸습니다. 이번에 온 덕배씨가 아침에 자신이 채취해 둔 야생화를 깡통 가득 가져왔더라구요. 사실 주변 산에 한때 탐냈던 야생화가 많지만 그것을 옮겨 심는 것도 욕심이라는 생각에 그냥 보고 싶으면 산에 가서 볼 생각이었어요. 가을에 씨앗이나 좀 받을 까...했죠. 요즘 너무 무분별하게 캐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제대로 씨앗이 날지는 자신이 없다고 하면서 잘 자라면 올가을에 다시 자손을 받겠다고-.
원래 해바라기를 잔뜩 심으려고 비워둔 곳에 해바라기는 열 알 쯤만 심고 야생화 씨앗을 심은 거지요.하얀 솜에 싸인 목화씨도 있었는데 시기며 심는 법도 모르는데 그냥 심었어요. 그런데 부드럽게 손질한 흙에 구멍을 내어 씨앗을 콕 박으면서 내가 남자가 된 기분이 드는겁니다. 그 순간 인디언들이 대지를 <어머니>라고 부르는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머리가 환해지는 느낌...
흙으로 살짝 덮고 물을 듬뿍 주었는데 어쩐지 씨앗이 키득대며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흙을 들추어 보았습니다. 흙투성이가 된 씨앗이 시침 뚝 따고 뻗어 있었지만 나는 '나중에 봐~'하고 소리내어 말했습니다.
밤-
마당에 서서 양치질을 하며 산 능선을 바라보는데 산의 한 부분이 약간 환-해서 '응?'하며 보고있었더니 천천히 천천히 더 환해지며 달님이 둥실 떠 올랐습니다. 보름달이었어요.
야생화 밭에 달빛이 비치는 것을 보며 눈물이 났습니다.
삶의 진실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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