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혜련에게3/2003.05.31

해떴다 2011. 10. 5. 10:46


요즘 제 머릿속은 무언가를 해 먹을 생각만 가득합니다. 채소들에게 최고의 보약인 개똥을 손으로 슥슥 주워 텃밭쪽으로 던지기도 하고 쇠똥도 잘 칩니다. 아름다운 여인의 몸속에 가득한 것도 똥인데 세상밖으로 나오면 천대를 받는다는 것이 좀 그렇지 않습니까? 그것이 그것인데 말이죠. 
덧붙여 말하자면 지렁이도 송충이도 나에게 아무런 해를끼치지 않았으니 내가 미워할 이유가 없는데 예쁜 산비둘기만(여기에서 예를 들 것이 너무 많지만 요즘 제일 많이 보이는 것이 산비둘기니까) 눈부셔한다는 것은 마치 예쁘고 총명한 아이들만 사랑하는 선생님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자에 싹이나서 꽃이피고 뿌리에는 열매가 달리고 그 모든것을 다 느끼면서 감자를 먹을 것이며, 처음으로 심은 땅콩이며 아주까리가 세상밖으로 나와서 멋지게 손을 흔들어 줄 것이며, 산 언저리에 뿌려둔 도라지가 보랏빛 흰빛 꽃망울을 터뜨리며 피어날 것이 확실하니까요. 

확실한 약속을 기다리는 것은 평화롭고 행복한 일입니다. 

하지만 모르죠. 
모든 씨앗이 다 그대로 잠들어 버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