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버스정류장

맑아진 유리창/2011.09.25 23:49

해떴다 2011. 10. 5. 11:50

이층 창문을 다 떼내어 씻고 마룻바닥을 수차례 닦고....

맑아진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하늘이 아름답다.

 

집을 치우면서, 나라와 더 많이 친해지는 것 같다.

기운이 많이 들고 먼지도 많이 마시는 힘든 일은 거의 다 나라가 했다.

까다로운 아이라고 내심 걱정이 많았는데 몸을 아끼지 않고 일하는 것이나 경제관념은 나보다 한 수 위인 것 같다.  

 

가은보다 경기가 더 나쁘다고들 하지만 여긴  24시간 김밥천국도 있고 빵집도 있어서 일하다 지치면 둘이 손 잡고 야식도 먹으러 가고, 차를 마시며 쉬기도 한다.  

 

아직 덜 챙겨간 물건을 챙기고 창고도 비워야 해서 주인내외분이 매일 들리는데, 이 집 다음으로 마음에 드는 것이 집 주인들이 좋다는 것이다.  

집주인 아저씨는 굉장히 무뚝뚝해서 필요한 말만 하지만 그래서 어쩐지 더 믿음이 가고, 자상한 아주머니는 청소하느라 고생한다며 고구마도 삶아 오고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시원한 물도 들고 오신다.      

   

청소하러 다니느라 승희씨의 차를 사흘 동안 빌렸는데 오늘 돌려주었다.

혹시, 전축을 기증할 생각이 없냐고 물으려다가 참았다.

자기 물건에 대한 애착이 유난한 사람이라 거절할 것이 분명하다.

나라 왈, "엄마, 아빠가 줄 거라 생각하우? 지금 안 듣더라도 언젠가 들을 거라서 안 주실거유."

나의 대답, "역시, 그렇지?"   

 

내일 나와 나라는 몸이 불편하신 아버지, 외할아버지를 만나러 진주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