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버스정류장

연탄

해떴다 2012. 2. 6. 17:08

추웠다. 많이 추워서 카페 문도 못 열었다.

사실은 심한 감기 몸살로 닷새째 아팠고 그 중 사흘을 문을 못 연 것이다. 몸이 아프지 않았다 해도 이런 날씨에 누가 카페에 오겠냐는 생각이 들었던 것인데 사실, 그 추웠던 사흘 동안이 가장 겨울다운 아름다움이 있었다. 눈이 내렸고, 쌓인 눈이 아름다웠고, 햇살이 비추일 때 땅속으로 스며드는 눈의 마지막 모습도 아름다웠다. 무엇보다도, 처리가 난감하여 마당에 줄지어(나름 인테리어라고 주장하며) 쌓아둔 약 팔백 장 가량의 연탄재가 멋진 작품처럼 보여서.

연탄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카페를 열고 내가 가장 큰 돈을 지출한 부분이 바로 난방비다. 중고 기름보일러와 연탄보일러 설치에 80만원, 보일러 선을 연결하는 바닥공사에 45만원, 난로 구입비 175만원, 기름값으로 약 70만원, 연탄 천 장에 35만원의 지출이 있었다. 난방에만 약 400만원을 쓴 셈이다. 이 중 가장 적은 돈으로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연탄이다. 그런 만큼 당당하고 도도한 검은 에너지. 불문도 조절해 줘야하고 시간 맞춰 갈아줘야하니 항상 신경을 써야하는데다 역할을 다 한 후에도 자신의 형체를 그대로 유지한 채 뒤처리까지 하도록 만든다.

 

연탄재 위에 소복이 쌓여있던 눈도 녹고, 나를 어린애처럼 칭얼대게 만든 몸살기운도 수그러들었다. 확실한 약속을 기다리는 것은 행복하다.

봄이 온다는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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