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버스정류장

다행이다

해떴다 2012. 1. 20. 00:32

우리 카페의 출입구는 건물의 끝자락에 붙어있는 철대문이다. 철대문을 조금 열어놓고 입구표시를 해 두었는데 처음오시는 분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선뜻 들어서지 못하는 것 같다.  건물의 중앙에 애초에 출입구로 쓰였던 현관이 있어 대개는 그곳에서 유리문을 통통 두드리며 문을 열어달라는 신호를 한다. 카페의 외관이 소박함(허술함?)을 지나쳐 아예 눈에 띄지도 않아서 들어오시는 분들 대부분이 훈수를 둔다.

"일부러 오지 않으면 아무도 카페가 있는 줄 모르겠어요. 간판 좀 눈에 띄게 달아요."

나는 웃으며 수긍하지만 그 뿐이다. 건방지게도 이제 카페꾸미기에 흥미가 좀 식은 상태라서, 혹은, 눈에 띄는 요란한 화장과 몸치장을 쑥스러워하는 촌스러움.... 바깥이 내부보다 더 멋져서는 안 된다는 소신.     

   

건물의 절반은 우리의 생활공간이어서 방문을 열면 출근, 닫으면 퇴근인 구조다.

하루에도 몇 번 씩 출퇴근을 할 수 있어 손님이 오시는 기척이 나면 재빨리 출근을 하고, 아무도 없어 조용할 땐 방청소나 장롱정리도 할 수 있다. 하루에 서너번은(날씨가 좋으면 세 번, 안 좋으면 네 번) 연탄을 갈고 틈틈히 요리도 한다. 공간이 넓어서 글이라도 한 줄 읽으려 하면 미처 못 본 구석의 먼지가 눈에 들어와 몰입을 방해한다. 이렇게 생활공간과 일터가 함께 있어 나쁜점은 여전히 읽지도 쓰지도 않는 생활을 한다는 점이다. 예전엔 일터에 있되 손님이 없을 땐 글을 읽거나 쓰기도 좋았다. (확실한 건 이 모두가 핑게란 것이다ㅠㅠ) 

 

돈은 벌었을까?

물론 매일 돈을 벌지만 카페를 차리느라 쓴 돈도 많으니까(내깐에는 많다는 뜻이다) 아직 수입에 대한 결산을 해 보기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정신을 못차리도록 손님이 오는 것도 아니고 한숨이 나오도록 손님이 없는 것도 아니니 다행이다. 

 

문을 연 지 50일이 되었고, 평화롭다. 

고마운 사람들을, 또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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