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자자학교 아이들/2004.12.24

해떴다 2011. 10. 5. 10:57

19일 밤에 경기도 파주의 대안학교인 자자학교(자연을 사랑하는 자유학교) 전교생과 선생님들 48명이 우리 가은에 왔다. 봉암사 아래 홍문정 마을에서 농사를 짓다 가신 호선생님이 자자학교 관련자인데 지난번에 놀러오셨다가 우리 반딧불 여인들과 같이 차를 마시는 중에 가은 아이들과 자자 학교 아이들이 자매 결연을 맺는 게 어떨까 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가은 아이들이 자자학교의 아이들과 방학 일정도 다르고 해서 이번에는 그냥 놀러만 오고 대신 그 기간동안 하룻저녁정도 만남의 시간을 프로그램에 넣어보자고 했다. 어차피 겨울여행은 해야 하고 또 이 지역이 관광명소도 많으니 학습여행지로서도 손색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의 숙식 문제를 의논했는데 문경시에 가서 새로 지은 유스호스텔을 둘러보았지만 새 건물이라 벽에서 냄새가 많이 나고 이용료가 너무 비쌌다. 다시 이리저리 고민한 결과 가은 성당의 ‘피정의 집’이 가장 적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우리 반딧불 여인들이 수녀님을 만나 의논을 드린 결과 그곳을 사용해도 좋다는 답을 들었다. 신도들의 힘으로 지어서 신도들이 관리하는 상황이라 비용을 지불해야 했지만-. 다음은 식사 문제-. 우리 회원 중에 내년에 다른 지역의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딸의 등록금을 고민하는 여인(?)이 있어서 노인대학 강당을 식당으로 하고 밥장사를 맡기로 했다. 
학생들을 싣고 온, 2학년 어린이들이 그림을 그려 넣은 자자학교의 노란 스쿨버스는 정말 예뻤다. 
재미있었던 일은 동짓날의(21일) 프로그램 중에 봉암사 견학이 있었는데(봉암사는 초파일과 백중, 그리고 동짓날만 개봉을 하니까 들어가기가 어려운 절인데 아이들이 운이 좋았음) 그날 아이들은 성당에서 잠을 자고 교회에서(노인대학) 아침을 먹고 절에서 점심(동지팥죽)을 먹었다는 말씀. 
내가 맡은 일은 그 기간 중에 가은 지역 아이들이 만든 공연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22일 밤 8시에 공연을 하기 위해 모인 친구들의 숫자가 거의 서른 명이니 자자학교 아이들과 자연스러운 만남의 장이 만들어진 것이다. 먼저 ‘신판 춘향전’을 보여주고 교회아이들이 만든 노래쇼와 ‘크리스마스 죽이기’란 공연을 보여주었다. 아이들은 열광했고 자자학교의 선생님들도 감탄을 했다는 말씀! - 멋진 밤이었다. 

어제는 방학을 맞는 농암초등학교 연극반 아이들이 저학년 아이들에게 ‘잘가거라 내 피자야~’라는 공연을 했다. 언제나 그렇듯 어린이들이 더 실전에 강한 것 같다. 공연을 마치고 나서 좀은 까다롭게 느껴졌던 교장선생님께서 활짝 웃으시며 아이들을 격려해 주고 내 손을 잡으며 ‘아유, 짧은 시간에 참 대단 하십니다’라고 말씀하실 때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 

드디어 오늘이 크리스마스이브다. 
교회와는 전혀 상관없는 내가 크리스마스 때문에 바쁘다니...^^ 
선생 할 때, 아무 생각 없이 남들 따라 덩달아 들뜨고 카드 보내고 하는 아이들에게 훈수를 길게 늘어놓던 내가 말이다.
성극을 공연할 아이들이 나에게 카드를 줄 텐데(아닌가?^^) 일일이 답장 카드를 줄 수가 없어서 지난밤에 포스터만한 카드를 만들었다. 오늘 교회에 가면 벽에 붙여두려고-. 


'수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배 /2005.01.22  (0) 2011.10.05
작은가게 오픈 준비 중/2005.01.07  (0) 2011.10.05
바쁘긴 하지만-/2004.12.15  (0) 2011.10.05
부처님과 하느님/2004.12.12  (0) 2011.10.05
=_= ! /2004.12.01  (0) 2011.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