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바쁘긴 하지만-/2004.12.15

해떴다 2011. 10. 5. 10:55

오전 내내 향민이가(풍산고등학교 연극반 반장) 부탁한 난쟁이 모자 일곱 개를 만들었다. 

너무 늦게 부탁을 한데다 내가 짬이 잘 안 나니 시간이 조금이라도 있을 때 해 치워야 할 것 같아서-. 
아주머니들이 마당에서 까르르 웃으며 수다를 떨어도 모른 척 내다보지도 않고-. 
(요 며칠 햇살이 좋으니 우리 집 뒷산으로 땔나무를 하러 다니시는데 잠깐 만에 한 짐씩 지고 내려오셔서는 마당에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시는 것이다) 
“아이고, 우리 회장님이 요새 돈 버니라고 얼굴보기 심들어여, 이리 좀 나와봐여”하고 하도 성화를 하셔서 나가보니 주머니에 조금씩 넣어온 곶감이며 센베이 같은 군것질거리를 풀어놓고 햇살쪼이기를 하고 계셨다. 
“죄송해요, 이러다가 마을에서 쫓겨나겠네” 
“그러나마나 돈만 많이 벌만 되여, 사람이 바빠야 되여” 
“예......” 

사실, 요즘 나는 완전히 마을 밖의 일로 바쁘다. 
가은초등은 27일에 문경문화회관에서 공연을 하기로 되어 있고 농암초등은 방학 맞이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데다가 목사님(노인대학 학장님)의 부탁으로 중앙교회 아이들과 성극까지 만들게 되었기 때문이다. 
학교 수업을 끝내고 한 시간 반을 도서관이나 읍사무소에서 보낸 다음 학원을 마치고 온 아이들을(중앙교회 연극단원들) 태우고 교회로 간다. 아이들과 연습을 하기 전에 사모님이(우리가 도착할 즈음에는 미리 난로에 불을 피워놓고 방석과 실내화를 준비해 놓는 사모님을 보면서 나는 참 느끼는 게 많다) 준비해 주는 간식을 먹고 게임으로 마음을 푼 다음 연습에 들어간다. 원래 한 시간씩 연습을 하기로 했는데 아이들은 절대로 시간 내에 마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조금만 더 해요’를 몇 번이나 한 뒤에야 겨우 차를 태울 수 있다. 
어쨌건 그래서 밤 8시쯤에야 집에 와서 승희씨랑 저녁을 먹고 영화도 한 편 보고....... 

*** 참! 낮에 전화가 왔었다. 노인대학의 우리반 학생이신 박동희님의 전화. 
“여보세요? 선생님, 저 박동희인데요. 오늘 연하장 잘 받았다고 전화 드리는 거예요. 우리가 보내드려야 도리인데 선생님이 보내셨네요. 죄송해서 어쩌면 좋아요. 그래도 어찌나 반갑고 기쁜지 몰라요. 언제 선생님 집에 놀러가도 돼요? 염색한 거 구경하러 가고 싶은데.... 참, 그리고 저희 집에도 오세요. 저는 흙집에 혼자 살아요. 구들방이라 따뜻하지요. 찾아오는 길을 알려드릴께요. 어쩌고 저쩌고....”하며 열심히 집의 위치를 설명해 주셨다. 
선생님.... 이라는 호칭이 이토록 달콤하기는 처음이다. 
이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