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나는 방과후 특활교사랍니다~ /2004.08.11

해떴다 2011. 10. 5. 10:48

밤늦도록 연습하는 걸 이다지도 좋아하는 아이들은 처음 봤습니다. 
게다가 행정실장님이 총각이라서 아이들이 행정실 심부름 가기를 너무 좋아하는 바람에(막 싸우면서 두 세 명이 동시에 달려간답니다^^실장 오빠라나요^^) 녹음기가 고장났다든지 세콤을 9시까지 풀어달라든지 하는 부탁을 하러 제가 가지 않아도 되고, 짜장면을 사 줄 때 마다 내 주머니 걱정을 하면서 '우리도 조금씩 낼께요' 하는 이 아이들이(10명) 너무나 예쁩니다. 

저는 7교시에 수업을 하는데그게 마지막 수업이라 20분쯤 더 기다리면 종례도 청소도 다(!!) 끝낸 아이들과 연극연습을 아홉시 반까지 더 한답니다. 수련회 때 공연을 하기로 해서지요. 집에 갈 땐 멀리 사는 아이들을 제 차로 태워다 주지요. 담배 밭의 커다란 담배 잎이 차에 부딪치는 오솔길을 지나는 곳에 사는 선주, 관광지의 휴게소 찻집 딸내미 서진이, '가든'(좀 웃기는 이름이라고 늘 생각하지만)집 딸 주현이, 그리고 농사가 한창 바쁠때는 일을 도와야 한다며 비오는 날을 더 좋아하는 아이 미선이까지..... 뚝뚝 떨어져 사는 이 아이들을 다 데려다 주고 혼자가 되어 돌아올때는 10시가 넘어버려 좀 무섭기도 해요. 양쪽의 산들은 캄캄한 속에서 술렁거리고.... 사람하나 없고..... (우리집에서 한 시간 쯤 가야 하는 곳이고 가은에 오는 차가 하루에 한 번 딱 있는 곳이라서-) 
왜 그런거 있죠, 낮에는 밝음속에 무심했던 나무, 바위 같은 자연물들이 밤이면 기운을 뻗어내서 굉장히 그 존재가 커(?)보이는.... 그래서 좀 무섭고 엄숙한 마음이지요. 

하지만 그 아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내가 살았있음을 또렷이 느낄수 있어 참 좋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