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화랑마트에 추석맞이 임시매장을 열다./2004.09.07

해떴다 2011. 10. 5. 10:50


지구별을 여행하면서 여행비를 벌기 위해 잠시 좌판을 벌린 마음으로 조그만 점방을 열었습니다. 백지영....류의 발랄한 음악들만 '너무 크게' 트는 것이 좀 피곤하긴 하지만 점방지기 일은 그런 대로 즐거움이 있습니다. 옷을 사는 사람들의 표정과 물건을 사는 태도도 다들 제각각 이고 그 모습 속에서 과거의 나를 보기도 하고 미래의 나를 완성시켜 보기도 합니다. 
스물 네 시간 내내 사랑하는 사람과 숨결을 주고받는 직업을 가진 여자들을 부러워 한 적도 있었습니다. 남편이 술과 친구들만 좋아했던 때에는-. 
지금 며칠동안 그런 생활을 하고 보니 음.... 역시 좋군요??????.... 싫지만은 않군요????... 좋지만은 않군요???? .....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그저... 혼자서 하면 화장실 갈 때나 간식을 먹고 싶을 때나 은행에 갈 때 참 난처하겠다는 생각만 들 뿐 입니다. 
젊은 날에는 '참~ 좋다' '너무 싫어!!!' .... 이런 구분들을 매 순간 하면서 살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저 무덤덤... 할 뿐 입니다. 
생각해보니 매장 사람들과 친해진 것도 좋고, 퇴근할 때 생선가게에서 떨이를 하는 싱싱하고 큼직한 생선들을 싸게 살 수 있어서 좋고, 무엇보다도 향기로운 돈 냄새를 매일 맡을 수 있어서 더욱 좋습니다. 
돈이 있으면 덜 불안하고 신경이 덜 날카로워 지지요. 언젠가는 '부자가 될까봐 겁이 더럭 났으면' 좋겠는데..... 호호... 
아... 잠시 잊었나봐요. 지금 충분히 부자라는 사실을-. 
세끼를 다 찾아먹고, 각종 세금을 날짜 맞춰 내고,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집을 가진, 이미 지구별의 부자들 중 한 사람인데.... 

이런, 이제 점방으로 나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오늘 장사가 잘 되기를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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